GRE.. 정말 악마 같은 시험이다. 일단 2021년 기준으로 통계학과(Stat) 미국 유학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학교가 GRE를 요구하였다. GRE를 요구하지 않은 학교는 내가 지원한 학교 내에 존재하지 않았다. 2020년에는 코로나의 여파로 GRE를 물리적으로 볼 수 없는 상황인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보지 않는 학교들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은근 GRE를 반영하지 않기를 희망했다. 2019년에 첫 GRE를 봤는데, 점수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CS분야로는 CMU와 MIT에만 원서를 작성했는데, MIT는 GRE를 보지 않았고, CMU는 GRE를 보았다. Applied Math의 경우 대부분 GRE 점수를 요구하지 않았다.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데... 어차피 GRE 준비를 안 하면 카드가 날아가는 거니까, GRE 준비를 짧고 굵게 끝내는 게 가장 좋다.
1. GRE는 중요한가?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다. 적어도 이공계, CS 내에서는 그렇다. 후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매번 나뉜다. CS 쪽에 있다 보면 논문을 쓸 일이 많고, 아무래도 설득의 영역인 부분들이 좀 있어서, 스토리 라인을 매우 잘 짜야한다. 그런 점에서는 영어 라이팅 실력이 중요하므로 GRE를 아주 유심히 본다라는 설이 있다. 일단 나의 케이스에는 GRE 점수가 평균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붙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맞다고 할 수 없다. 내가 해주는 조언은
준비할 때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점수가 안 나오더라도 시험 1-2번 안에 하한선 점수를 넘었다면 털어내자.
이다. 나는 여전히 GRE 점수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이랬던 나도 지원할 때의 여름에 GRE 점수가 낮아서 매우 불안했다. 준비하는 입장에서 불안을 버릴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최대한 노력하고, 다만 낮은 점수가 나오더라도 하한선을 넘었다 생각하면 과감히 버리라 하고 싶다.
2. 나의 영어 실력 소개
수능 영어 4등급을 받았다. 아무리 공부를 안 했다고 해도 심했다.. ㅎㅎ. 서울대에서 간신히 텝스 601점을 받아서 대학 영어를 수강했다. 영어에 자신감이 전반적으로 없었다.
3. GRE 결과
기억에 의존하면,
2019년 2월 : 152 / 170 / 3.5
2019년 8월 : 155 / 170 / 3.0
2021년 7월 : 152 / 170 / 3.5
2021년 9월 : 154 / 170 / 3.5
처음 결과랑 크게 다를 건 없다.
4. 일반적인 GRE 소개
GRE는 크게 버벌(V), 라이팅(W), 퀀트(Q)로 이루어져 있다. 보통, W 2개를 보고, VQVQV나 QVQVQ 순으로 시험을 본다. V나 Q가 3개일 경우 그중 하나는 더미 세트이다. 더미 세트란, 점수 계산하는데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더미를 알 수 있는 방법이 '단 하나도 없다'. 개인적으로 수학을 더 잘했으므로 QVQVQ 인 시험을 보고 싶었으나, QVQVQ인 시험은 거의 없었다.
버벌은 리딩 해석과 빈칸 채우기, 같은 뜻인 문장 만들기로 구성되어 있다. 같은 뜻인 문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의어 중심으로 많이 외워두면 좋다. 특히 동의어를 많이 외워두면 라이팅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학원에서도 단어를 동의어 중심으로 많이 가르쳐준다. 빈칸을 채우기 위해서도 단어를 많이 알아야 한다. 하지만 적당히 주변 문맥으로 알 수도 있는 거 같다.
버벌은 이공계에서 150점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학교들은 155점 정도 받아야 한다고 한다. 나는 2021년 9월 점수 (154)를 받고 많은 학교에서 어드미션을 받은 것을 미루어 볼 때, 엄청 깐깐하게 GRE 점수만으로 자르지는 않는 것 같다.
퀀트는 중학교 수학 수준의 문제들이 나온다. 통계도 몇 문제 나온다. 연습하면 한국인들이 잘 못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gre 문제집을 구해서 2-3세트 풀어보길 바란다.
라이팅은 이슈에 대한 논평 / 어떤 글에 대한 비평 문제로 나뉜다. 2가지 다 나오고, 한 개의 글당 30분씩 써야 한다. 나는 글을 빨리 쓰는 편이라 500자를 30분에 쓰는 게 어렵지 않았는데 문법 부분이 살짝 부족했던 거 같다. 문제 유형들을 익혀서 갔다. 라이팅은 정해진 문제 풀에서 나와서, 열심히 준비하는 분들은 거의 모든 문제를 풀어보고 간다. 나는 엄청 높은 점수는 필요 없어서 + 공부하기 귀찮아서 많이 안 했다. 글씨 많이 쓰면 높은 점수가 유의미하게 나오는 거 같다.
5. 나의 과정 소개
2018년에 전역을 하고, 여행을 다녀온 뒤 12월부터 알바, 계절학기와 함께 GRE 공부를 시작했다. 벌써 GRE를 준비하는데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GRE는 그 하나만 해도 잘 안되는데... 나를 과대평가하고 그런 짓을 한 거다. 당연히... 몸이 너무 힘들었다. 마음도 너무 힘들었다. 하루에 GRE에 최대한 시간을 쏟았지만 잘 안되었다. 많아야 6-7시간 정도 온전히 공부했고, 실제로 이 시간 중 4-5시간을 단어를 암기하는 데 사용했다.
단어에 집착한 이유는, 나는 영어를 매우 못하는 학생이었으므로, 단어를 일단 전부 다 외워서 처리해보자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나는 단어를 못하는 게 아니라 '영어'를 못하는 거였다. '영어'도 못하고 전반적인 독해 능력이 (한글이든 영어든) 부족했던 거다. 영어를 공부할 생각이 아닌, 단어를 공부할 생각을 했다. 독해를 공부한 것이 아니라 각 조각조각에 집중했다.
그러니까 2개의 실수를 한 것이다. 첫째는 GRE만 온전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 둘째는 단어에 집착했다는 것이다. 12월부터 2월에 GRE 거만어를 3번 정도 돌렸다. 단어를 거의 다 암기하고 거의 완벽하게 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 푸는 것을 단어에 국한하여 생각했기 때문에 첫 시험을 잘 못 봤다.
동시에, 라이팅 준비를 잘하지 않았다. 아마 준비를 좀 더 했으면 잘 봤을 것 같다. 가끔 어떤 학교들에선 암묵적으로 4.0을 넘어야 한다고 한다. 나는 그것에 비해서 부족했지만 불이익은 받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원서를 쓸 때 불안한 포인트이긴 했다.
첫 시험을 152/170/3.5로 마쳤다. 어느 정도 만족했지만, 버벌을 좀 더 잘 볼 수 있을 거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9년 여름에 단어를 복습할 겸 한 번 더 거만어를 공부하고 시험을 보았다. 155/170/3.0이 나와, 라이팅 점수를 도저히 쓸 수 없었다. 라이팅 3.0은 참고로 상위 83%의 라이팅 점수이다.
포기하고 152/170/3.5로 지원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가, 2021년에 KFAS라는 장학금을 지원하면서 단어를 다시 공부해야 함을 깨달았다. KFAS에는 영어 시험이 있는데, 단어 수준이 GRE와 같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여자 친구도 같이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고 GRE를 봐야 하였기 때문에 겸사겸사 거만어를 다시 외웠다. 정말 n번째 보니까 거의 모든 단어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물론 지금 다 까먹었지만 다시 공부하면 금방 외우지 않을까...) 덕분에 154/170/3.5의 성적을 얻었다.
6. 패착과 잘한 점
여러 가지 일을 같이 하며 준비했다가 정말 잘못한 점이다. 마음이 항상 불편했고, GRE가 문득문득 생각났다. 다시 준비한다면 무조건 GRE를 1달-2달 동안 열심히 해서 한번에 털어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길게 끌었기 때문에 KFAS 장학금을 준비할 때 영어 공부를 해야만 했던 사실이 억울(?)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단어를 외울 때 어원을 통해서만 암기했기 때문에 장기 기억으로 잘 남은 것 같다.
그리고, GRE에 괜히 집착한 면이 좀 있다. 내가 152 / 170 / 3.5의 점수를 제출했더라도 이번에 합격한 학교들은 전부 합격했을 거라 자신한다. 그러니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았으면 좋겠다.
GRE는 정말 힘들었다. 다음 글은 GRE Math Subject (수학 전공자를 위한 GRE Math)를 다루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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